• 2023. 9. 13.

    by. 크게넓게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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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질환은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질환입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유전적 요인입니다.

    유전적 요인이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정신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은 얼마나 유전될 수 있을까요? 어떤 종류의 정신질환이 유전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전되는 정신질환 종류와 유전 확률

    목차

     

    1. 정신질환의 유전 가능성

    정신질환의 유전 가능성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 간에 같은 병이 일반 인구에서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일반 인구의 유병률과 가족에서의 유병률을 비교해서 가족 내 유병률이 높으면 유전성이 높다고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조현병의 경우 일반 인구에서의 유병률은 1% 내외인데 환자의 부모에서는 5-6%, 형제자매에서는 10% 내외, 자녀에서는 12-15%로 증가합니다. 공황장애 역시 환자의 1차 친척 (부모, 형제, 자매, 자녀)에서 7-8배가량 높은 유병률을 보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폭식증, 알코올 중독, 치매 등에서도 나타납니다. 질환뿐 아니라 자살시도나 충동적 성향도 가족성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에 같은 병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유전 때문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이나 친척들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환경도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를 구분하기 위해 쌍둥이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쌍둥이 연구는 쌍둥이의 어느 한쪽에 병이 있을 때 다른 쪽도 같은 병에 걸리는 비율, 즉 발병 일치율을 조사해보는 것입니다.

    일란성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동일하고, 이란성쌍둥이는 50% 정도가 동일합니다. 만약 질병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만이 전적으로 작용한다면 일란성쌍둥이 간의 발병 일치율은 100%, 이란성쌍둥이의 경우에는 50% 정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조현병의 경우 일란성쌍둥이 간의 발병 일치율은 50-60% 정도이며 이란성쌍둥이 간에는 15% 정도로 나타납니다. 이렇듯 쌍둥이에서 발병 일치율이 유전자 일치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질환의 발병에 유전이 전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일반 인구보다 월등한 발병 일치율을 볼 때 정신질환에서도 유전적인 요소가 무시할 수 없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유전되는 정신질환 종류와 유전 확률유전되는 정신질환 종류와 유전 확률

    2. 유전되는 정신질환의 종류

    정신질환은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어떤 종류의 정신질환이 유전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최근에는 대규모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여러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조울증), 주요 우울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신경성 식욕부진 (거식증), 강박장애, 투렛증후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 문제성 알코올 소비 (알코올 중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DHD), 자폐증 등 11개 정신질환이 상당부분을 공유하는 152개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습니다2. 이러한 유전자 변이들은 특정 유형의 뇌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자 변이들은 모든 정신질환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없다고 해서 절대로 정신질환을 앓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발견된 유전자 변이들은 정신질환의 원인으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자 변이들은 정신질환의 위험 요인으로서 작용할 수 있으며, 특히 다른 환경적 요인과 상호작용하여 정신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현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이 대마초를 흡연하면 조현병의 발병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는 특정 정신질환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극성 장애와 주요 우울장애는 20% 이상의 유전자 변이를 공유하고 있으며,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도 15% 정도의 유전자 변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정신질환의 분류가 단순히 증상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유전적인 연관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3.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

    앞서 말했듯이, 정신질환의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환경적 요인이란 우리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 관계, 사회적 지지, 스트레스, 감염, 영양, 약물 사용 등이 환경적 요인에 해당합니다. 환경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과 별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 상호작용하여 정신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 첫째,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유전자의 발현이란 유전자가 단백질로 번역되어 기능을 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증가하거나 감소하거나 변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뇌의 구조나 기능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현상을 유전자 발현 조절 (epigenetic regulation)이라고 합니다. 유전자 발현 조절은 태아기나 유아기와 같은 초기 발달 단계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초기 발달 단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학대와 같은 부정적인 환경은 뇌의 성장과 성숙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이는 나중에 정신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 둘째,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와 상관관계를 가지는 방식입니다. 이는 환경적 요인이 우연히나 의도적으로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거나 적게 노출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약물 사용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더 자주 하거나, 학업 성취도가 낮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환경에 더 많이 살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정신질환의 발병을 촉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긍정적인 환경적 요인에 더 적게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 지지나 심리적 자기조절과 같은 보호적 요인을 더 적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정신질환의 예방이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유전되는 정신질환 종류와 유전 확률

    4. 결론

    이번 포스트에서는 정신질환의 유전 가능성과 유전되는 정신질환의 종류, 그리고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정신질환은 단순히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결과입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의 발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초기 발달 단계에서의 환경은 뇌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므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받는 스트레스나 학대와 같은 부정적인 환경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지지나 심리적 자기조절과 같은 긍정적인 환경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약물 사용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피하고,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검진을 받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정신질환은 우리 모두가 마주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 잘 알고, 적절하게 대처하고, 서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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